3박4일 일본 시코쿠 여행 [다카마쓰 / 도쿠시마 / 마쓰야마] 여행 (2) - 3
2023.11.09(목)
08:45 ~ 10:30 인천 > 다카마쓰 공항 이동
11:15 ~ 12:08 공항 > 고토히라역 이동, 도착시 JR패스 구입
12:30 ~ 13:10 점심식사 아무데나
13:20 ~ 16:20 오모테산도,고토히라궁,콘피라가부키
16:39 ~ 17:43 고토덴고토히라 > 다카마쓰칫코역 이동
* 일정변경
고토덴고토히라-붓쇼잔온천-체크인-도보탐사
| 18:00 ~ 18:20 체크인(루피나스호텔)
| 18:30 ~ 19:00 다카마쓰칫코 > 붓쇼잔온천 이동
| 19:30 ~ 21:00 온천 이용
| 21:30 ~ 도보탐사 및 숙소복귀
25:00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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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고토히라에서의 점심식사부터 오모테산도, 고토히라궁, 콘피라가부키극장 관람 후 고토덴고토히라역 까지 넉넉하게 4시간을 계획했었으나, 예상외로 강행군을 잘 버텨준 나의 비루한 체력 덕에 고토덴고토히라역 도착 시각이 예상보다 한시간가량 단축됐다.
고토히라궁에서 내가 내려온 시각이 대략 2시정도였는데, 그제야 이곳에 관광객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한발 빠르게 방문해서인지 덕분에 참 쾌적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고토덴 고토히라역에서 3시 경 전철을 탔다. 다카마쓰칫코역 까지 전철 한번에 간다.
고토히라에서의 신속한 관광에 초장부터 체력이 바닥이 났다. 덜컹거리는 소리만 들리는 전철 안에서 고즈넉한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하고있자니 졸음이 몰려왔다. 하지만 나의 뇌는 꾸벅꾸벅 졸고있는 와중에도 열일을 하고있었나보다. 계획을 변경했다. 숙소 체크인에 앞서 붓쇼잔 온천을 먼저 들리기로 한다.

약 4시 경 붓쇼잔 역에 도착했다. 역시나 시골마을이다. 일본은 이런 시골까지 철도가 연결돼있어 철도여행하기가 참 좋다. 작은 역은 참 내 취향이다.
붓쇼잔 온천은 붓쇼잔 역에서 내려 골목길을 10분정도 걸어가면 나온다. 여느 시골과 다를 바 없지만 일본만의 고요한 정취가 물씬 풍긴다.









붓쇼잔 온천에 도착했다. 보통 일본 온천하면 전통적인 외관에 일본 냄새가 물씬풍기는 건물을 상상하기 쉽지만, 붓쇼잔 온천은 언뜻봐선 참 현대 미술관같은 모습을 하고있다. 외벽은 또 나무로 돼있어 이곳이 온천 건물임을 보여준다. 참 독특한 외관이다.



멋진 미술관같은 온천 건물 입구를 들어오면, 가장 먼저 신발장과 이용권 자판기가 있다.
자판기에서 이용권을 뽑은 후 신발장에 신발을 넣고 열쇠를 가지고 들어간다. 입욕 대인은 700엔이다. 목욕용품을 들고 오지 않았다면 이 자판기에서 꼭 타올 한장을 구매하길 추천한다. 왜냐면 탕 내부에는 몸을 닦을 수건이 비치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입욕권만 샀었는데, 덕분에 몸에 물이 마를때까지 명상하고 앉아있었다. 욕탕 간 이동에 수건으로 중요부위를 가리는게 매너이지만, 그러지도 못했다. 참으로 민망하기 짝이없었다.

신발장에 신발을 넣고 열쇠로 잠근 후, 열쇠와 입욕티켓 등을 가지고 카운터로 오면 된다.
욕탕 내부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들어오면 가장먼저 이 길다란 거실? 이 눈에 띈다. 옆에는 책이 비치돼있고, 가운데에는 각종 굿즈들이 진열돼 있다. 구매하고 싶은 상품을 들고 카운터로 가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붓쇼잔 패스를 구입하여 부채를 겟 하지만, 나는 애초에 JR시코쿠 패스이므로 부채는 이곳에서 별도로 구매했다. 내가 이곳에 왔다는 기념품은 하나 남기고 싶었다. (부채는 지금 참 잘 쓰고있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얼른 탕에 들어가고 싶었다.

우리네 대중목욕탕과 시스템은 비슷하지만 참 내가 우왕좌왕했던 부분이 바로 열쇠이다.
우리네 대중목욕탕은 신발장 열쇠가 곧 욕탕내부 캐비넷 열쇠가 되거나, 신발장 열쇠를 카운터에 주면 캐비넷 열쇠를 준다거나 한다. 하지만 이곳은 내부의 캐비넷에도 키가 꽂혀있다. 나는 우리네 대중목욕탕을 생각하고 신발장 열쇠를 어디에 쓰는지 몰라 한참을 우왕좌왕하다가는 민망함을 무릅쓰고 옆에서 수건으로 물을 털고계신 아저씨에게 물어보았다. 참 고맙게도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결론은 신발장 열쇠는 캐비넷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 그냥 짐 넣고 열쇠로 잠그면 된단다.(”코노 키-와 젠젠 간케 나이“라고 열심히 설명해주던 그 아저씨의 목소리가 자꾸 머릿속에서 멤돈다.)
탕 내부는 중심에 노천탕 3개가 있는 구조이다.
이를테면 반 야외 목욕탕이다. 독특한 구조가 참 매력적이다.
탕은 총 네개 있다. 실내 뜨거운 탕 1개. 야외 뜨거운 탕 2개, 미지근한 탕 1개
미지근한 탕은 탄산탕인데, 나는 굉장히 만족했다. 고토히라에서 얻은 피로를 탄산탕으로 풀어냈다. 노천탕에서 시원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노을지는 하늘을 바라보는 기분은 참 잊을 수가 없다.
여하튼, 수건도 없어 몸에 붙어있는 물기를 자연건조시킨 후에 옷을 입고 거실? 로비? 로 나왔다. 사람이 얼마 없어 조용하니 참 좋았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음료 자판기도 있다. 온천후에 노곤한 상태에서 마셔주는 우유는 꿀맛이다.
십분정도 이곳에 앉아 바깥을 바라보며 우유를 마셨다. 참 기분좋은 여행이다.(책은 어차피 봐도 못읽으므로 관심없었음)


휴식을 다 취한 뒤, 이제 숙소로 체크인하러 가야한다. 오후 5시반, 온천을 꽤 오랜시간 즐긴것 같은데도 대략 한시간만에 다 끝났다. 살짝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시 붓쇼잔 역을 향해 걷는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있다. 붓쇼잔 역에서 다카마쓰칫코 역 까지는 전철로 20분이다.







다카마쓰칫코역에 오후6시 도착했다.
내가 묵을 숙소는 루피나스 호텔로, JR다카마쓰역 바로 맞은편에 있다.
역 바로 앞에 숙소를 정한 이유로는 가장 먼저 교통 편의가 있겠지만, 가장 저렴했기때문이다. (이 날짜에 나름 비즈니스호텔에 가장 저렴한 곳은 여기밖에없었다.)
온천으로 상쾌해진 몸을 이끌고 숙소로 향한다.



숙소의 로비 및 카운터를 찍었어야했는데, 아쉽다.
이 숙소는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께서 직접 운영하시는듯하다. 카운터 옆에 주방이있고, 거기에서 식사를 해결하시는듯한데. 귀가 어두우신지, 고객이 와도 전혀 눈치를 못채신다.
카운터를 쿵쿵 두드려서야 겨우 날 보시고는 체크인 해주셨다. 어메니티는 1층 로비에서 필요한만큼 가져가란다. 면도기와 칫솔만 챙겨 올라간다.
주인 할머니가 같이 올라가신다고 한다. 창문을 열어놨는데, 본인이 닫아주시겠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구나, 여행 중 소소한 기억거리이다.
내가 묵을 방은 4층이었다. 이 숙소도 나름 겨우 구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객실에 손님이 없다.
주인 할머니께서 창문을 닫아주시고 나가셨다. 본격적으로 짐을 풀고 방을 둘러보는데, 이 방은 오랫동안 투숙객이 없었던 모양이다.
우선 비즈니스 호텔 답게 방이 작다. 정리는 굉장히 깔끔하게 잘 돼있다만, 금연방인데 담배쩐내가 난다(...). 창문을 열어둬서인지 침구류에는 먼지가 많고, 담배빵도 몇군데 있다. 화장실 구조를 보아하니 많이 오래된 숙소의 특징이다. 화장실은 상당히 깨끗했다.
방 상태가 그닥 좋은 편은 아니지만, 교통 좋은 곳에 저렴하게 묵을 수 있는 것에 만족하였다. 난 대충 혼자 잠만 잘수있으면 된다.
이번 여행에 내 짐은 가방이 딱 두개다. 백팩과 슬링백 1개.
일본여행을 열번 이상 와보니, 짐이 많을 필요가 없다. 웬만한건 편의점에 다 팔고, 3박4일에 여벌 한두벌 정도만 있으면 된다. 세면도구도 나는 칫솔과 면도기만 있으면 되므로 호텔 어메니티 쓰면 된다. 짐이 적으니 여러모로 상당히 편하다.





숙소에는 대충 짐만 두고,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밖으로 바로 나왔다.
무엇을 먹을지는 정하지 않았다. 난 참 이런것에는 무계획이다. 난 숙소는 잠만 잘 수 있으면 만족이고, 밥은 배만 부르면 만족이다.


아케이드를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걷다보니 눈앞에 내가 좋아하는 마쓰야가 있다. 0.1초도 고민하지 않고 들어갔다. 마쓰야는 역시 규동. 돈지루도 같이 주문하여 시장을 반찬삼아 싹 비웠다.
마쓰야, 스키야, 요시노야 같은 식당들은 내 기준에서 주문도 간편하고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되어 내가 좋아하는 식당들이다. 맛도 그럭저럭 있다.




배도 부르니 본격적인 도보夜행을 시작한다.
난 밤거리의 정취를 좋아한다. 즉석에서 목적지를 정하고 가는 루트는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밤의 다카마쓰는 도시의 면모를 풍기면서도 적막한 분위기가 참 매력적이다.

















어느 나라든 호객행위는 있다. 골목을 전전하니 술집거리가 나왔고 적극적으로 호객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두시간 동안 정말 정처없이 떠돌았다. 당초 계획은 25시까지 떠도는 것이었으나, 이젠 예전만큼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너무 지쳐 오후 8시 반, 숙소로 돌아가고자 한다.
JR패스가 있으므로 최대한 뽕을 뽑기 위해, 두 정거장이지만 전철을 타기로 했다. 역시 JR패스는 편하다. 강추



오후 9시를 조금 넘겨 숙소로 복귀했다. 계획보다 4시간을 일찍 복귀한 것이다. 내 눈에 내 기억속에 이 도시의 모습을 잔뜩 담고 싶었지만, 체력이 안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편의점에서 대충 간식 아무거나 사서 숙소로 들어왔다.
붓쇼잔 온천에서 산 부채를 꺼내어 보았다. 아기자기한 소품같으면서도 나름 실용성 있는 부채인 것이 참 내 취향이다.


여행 첫날, 첫 관광지에서부터 산을 타고 발에 불이나도록 돌아다녔다. 체력이 안되는 부분이 아쉽지만, 3만보 가까이 걸으며 나름 많은것을 보고 체험했다. 만족한다.
가볍게 샤워를 하고 취침을 위해 누우려니, 아까 대충 봤던 침구류의 상태가 생각보다 더 안좋았다. 그냥 누우면 여기 쌓인 먼지들을 다 마셔버릴것만 같았기에, 오늘 입고 온 메리야스를 벗어서 베개에 깔았다. 천정에 달린 난방기의 바람에서는 걸레 썩은 냄새가 났고(…) 이불에는 눈에 보이는 먼지가 가득했으므로 참 불쌍하게도 목욕용 수건을 덮고 잤다. 자는동안 참 추웠지만, 그래도 역시나 이것또한 만족이다.
이렇게 여행 첫날을 마무리 한다.